돈
돈이란 무엇인가. 나는 돈이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숫자로 가치전환된 지표라고 생각한다. 돈은 보이지 않는 가치를 보이는 형태로 바꾸어주고 그것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가 소비하는 음식에는 가격이 붙어 있고, 우리의 노동은 돈으로 환산된다. 인기도 돈으로 바뀌며, 지적 활동 또한 돈의 형태로 평가된다. 이러한 기준을 가지고 세상을 잠시 바라보자.
음식들의 가격은 희소성에 의해 가격이 달라진다. 가격이 높다고 항상 맛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각 시대별로 동일한 음식에 대한 가격도 늘 바뀌게 된다. 같은 재료와 양이라도 누가 어떻게 만들었냐에 따라도 가격은 달라지게된다.
노동의 관점에 있어서도 장인이 손으로 직접 만든 옷은 공장에서 만든 옷보다 비싸다. 사람들은 장인들의 핸드메이드 제품을 더 가치 있게 여긴다. 단순한 삽질과 같은 육체 노동을 했을 때에 돈을 벌지만, 그 삽질을 통해 만들어지는 건물을 설계하면 삽질을 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 1차 산업군의 노동자보다 3차, 4차 산업군의 노동자가 더 많은 돈을 벌 가능성이 높다. 청소 노동자보다 변호사가 더 많은 돈을 번다. 사람들은 더 많이 공부한 사람에게 그 노동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아무나 그러한 공부를 할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직군 간 연봉의 차이는 사회적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 단순히 어렵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더 많이 인정받고 필요로 하는 직군이 더 많은 돈을 벌게 된다. 의사가 높은 수입을 얻는 이유는 아무나 의사가 될 수 없다는 사회적 인정이 있기 때문이다. 공부할 것이 많고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동일한 의사라는 직업군 안에서도 성형외과 의사와 소아과 의사가 버는 돈은 다르다. 성형외과가 소아과보다 지식의 습득과정이 더 어려운것도 아니고 그 가치가 더 뛰어나서도 아니다.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의해서다.
돈은 평범하지 않은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누구나 할 수 없는 것,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더 큰 돈으로 연결된다. 인기 또한 형태가 없는 것이지만 사람들의 관심과 인정이 있기에 연예인과 유튜버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유투버들을 평가절하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무나 유투버를 한다고 모두 같은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돈을 많이 버는 유투버라고 인격이 존중받아 마땅한것도 아니다. 단지 타인들의 관심 혹은 인정이 지표로 환산된 것이다. 그 관심이라는 것이 결국 광고와 같이 상업적인 형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가치가 더 붙게 된 것이다.
돈은 또한 운이나 확률에도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아무나 얻을 수 없는 것이기에 로또나 카지노 같은 도박은 확률의 크기에 따라 가치를 부여받는다. 주식을 보면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예측과 기대 역시 돈으로 수치화된다. 테슬라 주식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여기까지 돈을 설명하면서 가치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옳음’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현대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가치 평가들은 과연 옳은가. 가치는 어떻게 평가되는 것인가.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가치 평가는 공정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따져보고자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왜 농작물 생산자보다 유통업자에게 더 많은 가치를 허용하는가. 육체적으로 힘든 택배 노동자가 사무실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보다 왜 낮은 가치로 평가받아야 하는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건물 소유주의 가치는 왜 직접 노동 가치의 수백, 수천, 수만배에 달하는 평가를 받는가.
이러한 생각은 자연스럽게 ‘돈이 돈을 번다’는 의미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부자들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으며, 왜 평범한 사람보다 부적절할 정도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가. 단지 노동만으로는 큰돈을 벌기 어렵다. ‘돈이 돈을 버는 구조’를 이해해야 하고, 이 구조 위에서만 비정상적인 부의 축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돈 그 자체는 선과 악을 품고 있지 않으며,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이해하느냐에 따라 선과 악의 형태를 띤다. 돈은 세상이 세상의 기준으로 어떤 대상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일 뿐이다. 그 안에서 공급과 수요의 법칙이 강력히 작용한다.
돈이 없으면 불편함과 불안, 고통이 따르지만, 의외로 돈이 많아도 불안, 고통이 따른다. 돈이 많으면 편할 수는 있지만 오히려 돈이 많기에 그것을 지키기 위해 불안해하고, 돈을 잃지 않기 위해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많은 사람들은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한다. 돈이 없으면 행복하기 어렵고, 돈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에게 이 말은 맞겠지만, 소수의 특정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이 논리조차 적용되지 않는다. 그 소수의 사람들은 돈의 유무를 떠나 참 행복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다.
결국 돈에 대해 획일화된 개념을 세우기는 어렵다고 본다. 다만, 이 정답 없는 논의 속에서 나에게 돈이란 무시하거나 추구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삶에 필연적인 존재임을 인정하고 그 가치를 정직하게 마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